도토리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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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4-26 15:08 조회46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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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한다.?
아니 잘 했었다.?
친구들이 가끔 집에서 밥을 얻어먹을면 그 때마다 엄마의 요리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는했다.?
사실 지금도 엄마가 요리를 못하는 건 아니다. 평소에도 항상 하는 음식들은 여전히 맛있다.?
다만 새롭게 도전하는 요리들의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랄까.?
처음으로 그걸 느낀건 김장을 하다 엄마가 실수로 소금대신 설탕을 대량으로 투하해 버리는 바람에?
배추김치를 김치빠스로 만들어 버린 일이었다.?
그 후로 가끔씩 실패하는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럴때면 여사님도 이제 감이 떨어졌다며 동생과 쑥덕거리고는 했다.?
아버지는 반찬에 대해 불평을 하시거나 가리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아버지는 웬만하면 맛이 좀 이상해도 그냥 드시는 편이었다.?
하지만 가끔 한마디씩 하시고는 했다. 아버지는 평소엔 과묵하신 편이었지만 말 한마디의 파괴력이 강했다.?
예전에 가족끼리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간 적이 있었는데 자리에 앉은지 십분이 지나도록 음식이 나오기는 커녕?
주문조차 받으러 오지 않은 적이 있었다. 심지어 직원을 불러도 못들었는지 못들은 척 하는건지 우리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한참 우리끼리 투덜대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묵묵히 앉아 계셨다. 그냥 다른 식당으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에 그제서야 종업원이 도착했다. 자리세팅을 하고있는 종업원에게 아버지는 평소에 잘 지으시지?
않던 미소를 지으시며 말했다.?
"이 집은 장사 할 마음이 없나봐요?"
그러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생각해보면 은근히 쌓아두시는 부분이 있다.?
어느 날, 갈비찜을 하던 엄마가 계속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평소 고기라면 환장을 하던 나는 갈비찜을?
보자마자 가서 한 덩어리를 집어 입에 넣었다. 조카 고무공을 씹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씹어도 고기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분명 뭔가 씹어먹고 있긴 한데 고기는 여전히 처음 입 안에 들어갔을 때 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지구상에서 기아는 사라질거라는 확신이 들 때 쯤 나는 결국 고기를
뱉어내고 말았다.?
문제의 갈비찜은 저녁 밥 상 위에 올라왔다. 아버지는 고기를 한 점 집어드시더니 입에 넣고 씹기 시작하셨다.?
한참동안 고기와 씨름하다 겨우 고기를 삼킨 아버지는 한동안 아무말도 없으셨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현관쪽을 살피기 시작하셨다. 엄마가 물었다.?
"왜요? 누구 왔어?"
"당신.. 내 구두 찐거야?"
가장 최근에 엄마가 시도했던 음식은 도토리묵이었다. 어디서 도토리묵가루를 구해온 엄마는 부엌에서?
열심히 도토묵을 만들기 시작했다. 냄비에서 한참 끓고있던 도토리묵을 다른 그릇에 옮기기 위해?
엄마는 내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게 순조로워 보였다. 나는 도토리묵의 탱글탱글한?
식감과 짭잘한 맛을 상상하며 입맛을 다셨다. 저녁시간이 되고 도토리묵이 상 위로 올라왔을 때?
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엄마가 야심차게 저녁메인메뉴로 준비한 도토리묵을 보고 있으니?
왠지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지구의 단면이 떠올랐다.?
윗 부분은 딱딱한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흐물흐물해 지더니 결국 가장 밑부분은 거의 액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멘틀부분을 젓가락으로 아무리 집어보려고 해도 집어지지가 않았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더니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수저로 집어먹어라."
맛은 그냥 퍼석퍼석했다 술먹은 다음날 내 피부처럼 그저 퍼석퍼석했다.
하지만 엄마는 원래 도토리묵은 양념장 맛으로 먹는거라며 나에게 계속?도토리묵을 먹기를 강요했다.?
아버지는 현명했다. 도토리묵을 한 번 집어먹으시고는 그 다음부터?식사가 끝날대까지 도토리묵?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으셨다.?하지만 우리 엄마는 이정도로 기죽거나 서운해 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걸 다 먹기 전에는 다른 반찬은 일절 없다며 우리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다음날 부터 나는 외식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시세끼를 외식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냥 안먹고 버티다보면 엄마도 포기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내 오산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묵밥이었다.?
그 날 점심은 묵밥이었다.?
그 날 저녁또한 묵밥이었다.?
결국 그 묵들을 전부다 먹어치우고 나서야 비로소 가정의 평화가 찾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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